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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경하는 어른의 88세 생신,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시간:2024-03-29 00:39:01 출처:뉴스코리아레전드 작성자:탐색하다 읽기:106次

존경하는 어른의 88세 생신, 나도 이렇게 늙고 싶다

직접 폐지 주워 이웃 돕고, 영어회화 노하우 베풀고... 그의 '미수연' 초대가 기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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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선생님이 지난해 강의하는 모습
ⓒ 이혁진

  
69세인 내가 동네에서 진심으로 존경하는 어른이 있다. 스승과 제자 관계로 만났다. 그 스승은 김종수 선생님(88세)이다. 그 분과의 인연은 약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민 소식지에 주민자치센터가 제공하는 프로그램 중 생활영어가 눈에 띄었다. 은퇴하고 무료하던 차 학구열 반, 호기심 반으로 강의를 신청했다.  
   
동네에서 만난 자원봉사 영어선생님 

게시판에 걸린 강사 경력도 별게 없었다. 근 45년간 국내외 직장생활을 통해 익힌 영어회화 노하우를 직접 전수한다는 것이다. 특히 다국적 건설회사 현장에서 익힌 생생한 영어노하우를 접할 수 있다니 신기했다.
      
직접 가서 들어보니, 밑바닥부터 쌓아 올린 그의 실전영어는 영화나 뉴스에서 접하는 본토 발음의 원어민 스타일이었다. 80세 가까운 연세인데도 그런 멋진 영어를 구사하다니 존경스러웠다.
    
무료로 진행된 그의 강의는 '명강'이었다. 수준차가 각기 다른 주민 눈높이에 맞춘 세심한 강의에다, 빈틈없는 열정에 15명 주민들은 단박에 매료됐다. 함께 수강한 주민자치회장도 그의 열강에 탄복했다.
     
선생님은 강의 때마다 밤새 직접 내린 커피를 보온통에 담아와 쿠키와 함께 학생들에게 내놨다. 이때 주민들은 잠깐 쉬며 대화하는 '커피브레이크'의 참뜻을 새삼 새겼다.
     
브레이크 타임에 간간이 듣는 그의 인생역정도 눈길을 끌었다. 소위 말하는 '꼰대'처럼 지난 과거를 자화자찬할 법한데 그의 이야기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실수와 실패도 나누는 솔직함에서 진정성이 우러났다. 
    
수업 내내 제자들을 배려하고 자신을 낮추면서 소통하는 자세는, 영어를 배우는 주민들에게 자신감은 물론 자부심까지 심어주었다.  
     
성실함을 무기로 그는 70세를 넘어서도 현역에서 근무했다. 교통사고를 당하지 않았으면 그의 직장 이력은 좀 더 길어졌을 것이라 그는 말했다. 영어회화 자원봉사에 나선 것도 사고 후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란다.
     
선생님의 인생과 철학에 공감한 '주민 제자'들은 자체적으로 모임을 꾸려 매해 '스승의 날'에 선생님의 뜻을 기리며 감사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나 또한 거기에 몇 번 동참한 적이 있다.
     
그러나 선생님께 작년에는 갑자기 눈병이 찾아왔다고 한다. 병을 치료하려고 여러 병원을 전전했지만 정확한 원인을 알 수 없어, 아쉽게도 오래 해왔던 강의를 멈춰야 했다고.
 
나는 당시 코로나를 앞두고 사정이 있어 수강을 중도하차했지만, 제자들은 카톡을 통해서 소통과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약 5년 전 발병한 대장암도 최근 잘 극복했다는 소식이다. 고통스러우면서도 투병하셨을 시간을 생각하니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런데 그는 이를 계기로 새로운 봉사를 다시 시작했단다. 자기가 직접 동네의 파지나 버려진 종이박스를 줍고 모아서, 동네의 다른 폐지 줍는 이웃에게 건네고 있다는 거다.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을 또 선택한 것이다. 가족은 물론 주변에서 만류해도 그는 멈출 생각이 없다고 했다.
     
사모님과 식구들은 선생님의 고집(?) 때문에 적잖이 속을 끓인 모양이다. 다들 말로는 '봉사하는 삶'을 이야기하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감히 생각하지 못하는 걸 찾아내 행동으로 봉사를 계속하고 있다.
     
 폐지를 줍는 어르신(자료사진).
ⓒ 연합뉴스

 
선생님의 88세 생신이 내 부모의 일처럼 기쁘다
   
선생님이 오는 주말, 88세 생일 잔치인 미수연(米壽宴)에 초대하는 카톡을 얼마 전 보내왔다. 선생님은 요즘 백세 시대에 88세가 부끄러운 나이가 될 수 있다면서 이를 전해왔지만 나는 미수를 축하드리며 초대에 흔쾌히 응했다.
    
평소 베풀기 좋아하는 선생님은, 본인 잔치를 빌미 삼아 주변에 식사를 대접하고 싶은 마음을 전한 것으로 이해한다. 아닌 게 아니라 처음엔 선생님 가족들이 식구들만 모이는 조용한 행사를 계획했다고 한다.
     
미수연 잔치에 함께 영어를 배우고 선생님을 존경해온 제자들이 많이 참석할 것이다. 거기에 나도 포함된다고 생각하니 새삼 영광스럽기도 하다.
     
한 다리 건너면 선생님은 95세인 내 아버지와도 아는 사이다. 두 분은 동네 헬스장에서 우연히 만나 동호회를 결성하고 한때 총무와 회장으로 지냈단다. 미수연에 아버지도 모시고 갈 참이다. 만나면 선생님도 반가워하실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보고 배울만한 '어른'이 없다고, 그런 어른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의지하고 따르고 싶은 표상이 주변에 드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영어선생님 같은 분을 동네 '어른'이자 '인생 멘토'로 여기고 있다.
     
선생님의 미수가 마치 내 부모의 생일처럼 기쁘다. 선생님처럼 훌륭하게 살 수 없지만 선생님 삶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걸 배운다.
      
지면을 통해 먼저 선생님의 미수를 축하드리고 싶다. 

"앞으로도 건강하시고 우리 곁에 늘 함께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책임편집:탐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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